단상, 수필 Essay

낙엽을 쓸면서....

kenny Yang 2009. 10. 28. 13:17

매년 이맘때 가을이면 한국에선 내장산과 설악산등 단풍으로 유명한 몇몇 지역에 관광

객이 몰린다. 그러나 이곳 에서는 가는곳마다 메이플 립스, 그러니까 단풍잎 천국이라서

집앞과 소로는 물론 대로변까지 단풍잎이 지천으로 뒤덮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캐나다 국기도 단풍잎이며 북미에서 오랜전통으로 유명한 오리지날

식스팀의 일원인 토론토하키팀의 이름도 메이플 립스라는게 이민자인 필자의 눈에도

당연하게 보인다.

 

이곳 단풍잎의 색상은 한국단풍잎에서 보는 선명한 빠알간 색보다는 노랑,빨강,초록

다양하게 섞여있는게 다른점이다. 한국단풍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토론토 북쪽의 앨공퀸 파크는 국립공원 하나만 해도 충청북도크기만한 큰 면적을 자랑

하니 참으로 만두피를 늘려 놓은것처럼 넓은 나라임을 실감한다.

 

이민초기엔 향수병같은 낯설음도 겪었지만 연수가 10년을 지나고 보니 어느덧 이젠 이곳

캐나다가 보다 정겨워지고 내게 제2의 고향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평소 정원가꾸기엔 게으른 편인데 오늘은 어느덧 집마당에까지 다가와 쌓이는 토론토의

가을풍경이 너무 환상적이라 어울리지 않게 빗자루를 들고 앞마당에 서서 심호흡을 해본다.

이민생활의 분주함을 잠시 잊고 앞마당에서 가을비가 지나간뒤 청명해진 하늘아래 구르며

애교떠는 이 수많은 잎사귀들을 찬찬히 보며 상념에 젖어있다.  

날씨가 개어 상쾌한 기분으로 고즈넉한 오후를 만끽하는것도 잠깐 이 넓은 뜰의 낙엽들을

전기송풍기를 쓰지않고 재래식으로 빗자루 하나 달랑 들고 치우려니 몇시간이나 걸릴것인지?

새삼 자연의 섭리와 우리네 인생에 관하여 반추해보며 사색하며 다양한 낙엽들을 쓸어모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는 작은 특혜(?)에도 새삼 감사하며 행복한 기분에 젖는건 왜일까?

 

원래 이 집은 대지가 비교적 큰 옛날집인데 넓은 정원을 전문업체에서 잔디깍기,낙엽청소,

치우기 서비스까지 전부터 관리해 오고 있다. 하루이틀 참으면 떨어진 낙엽들을 깨끗히

치워 놓을터이지만 어쩐지 오늘은 오랫만에 손님도 방문할 예정이고 모처럼 가을정취도

느껴볼겸해서 빗자루를 들고 손수 부지런을 떨어본다.

내가 생각해도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것 같다....

 

막상 낙옆들을 쓸기전 앞마당에 서서 울긋불긋 단풍잎이 대부분인 낙엽들을 보고 있노라니

학창시절 국어책에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를 읽고 센티해지던 때가 가물가물 아스라히

생각났다.

 

캐나다 단풍나무는 그 수액으로 메이플시럽을 만들고 단풍나무목재는 단단해서 세계볼링

협회에서 국제경기용 볼링장의 레인목으로 쓰도록 유일하게 지정되어 있다. 아마도 춥고

긴 겨울동안 목재의 밀도가 치밀하게 형성되어 단단해지는걸까?

이 낙엽들도 모아 태우면 그 향기가 꽤 좋을것 같은데 여기선 누구도 태우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안된다는 이곳 조례때문이겠지... 모아서 프라스틱백이 아닌 지정된 종이포대를 사서

담아 일주일에 한번 집앞에 내놓으면 시청소원들이 수거해 간다.

 

떨어진 잎사귀 한하나를 찬찬히 보면 같은 단풍잎이라도 하나도 똑같은게 없다. 각자 개성

지닌 낙엽들.. 해변의 모래알에 버금갈것처럼 수많은 저들을 보며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견해 본다. 각자의 삶의 애환이 다르듯이 생생한 낙엽, 벌레먹은것, 노란색, 빨간색, 아직

녹색 그대로 떨어져 뒹굴고 있는 잎사귀 .......각기 다른 사연들을 지닌듯....인간의 지문처럼

참 다양하기도 하다. 쓸어내면 또다시 가을 산들바람에  실려오고.......

 

낙엽을 쓸어나가다가 문득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독서의 계절이라고 지칭하던 그 시절.....

교련복을 멋있게 다려입고 폼을 잡다가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산들고 개울가에서

센티해져 멍하게 서있던 그때가 선명하게 회상된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나 푸쉬킨의 싯귀를 적어 팔랑개비처럼 접어 훌쩍 내 주머니에 찔러

주고 계면쩍어 총총히 달아나던 그 예쁜 여학생도 어디선가 이젠 중년의 세월을 거역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니 새삼 세월의 무상함에 만감이 교차하는 토론토의 가을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던 말이 허언이 아닌듯 하다. 어쩌다가 천국같은 황홀한 주변경치

젖어 낙엽을 치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상념에 젖어 시간이 꽤 흘렀나 보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한 저녁이 다 되었다.

 

낙엽쓸기로 워밍업이 되었으니 저녁엔 체육관에서 땀을 더 내고 샤워하고 잠을 푹 자 두어

야겠다. 최근 매스컴에서 신종플루 뉴스로 야단들인데 내일은 패밀리닥터를 방문해서

H1N1인지 뭔지 미국과 한국 이젠 캐나다에서까지 사망자가 속출해 비상이 걸린 신종플루

예방접종도 알아보고......

 

뭐니뭐니 해도 먼저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마음도 정신도 맑아지고 하고싶은 일을 성취 할 수

있을 건 자명하다.  요즘 주위에 게을러서, 무관심으로 또는 향락주의에 흘러 건강관리를 잘못

하여 귀한 인생을 단명하게 마치는 경우도 자주 본다. 특별히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있는 중년

들은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쓰되 우선적으로 심신을 강건하게 하고나서 주위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Nikon d90 + AF-X DX Zoom 18-70mm f/3.5-4.5G IF ED    ⓒ kenny yang   @thornhill, ontario, canad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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