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수필 Essay

캐나다야생 참나물맛 기가막혀

kenny Yang 2009. 6. 15. 14:39

캐나다야생 참나물맛 기가막혀

 

캐나다에 이민와 살면서 가끔 이민선배분들 댁을 방문해 보면 신기할때가 있다. 자연산 야생 산나물 요리를 대접받는 경우이다. 운이 좋은 날엔 산마늘, 취나물, 참나물이 한꺼번에 상에 올라와 입맛을 돋구어 준다.


만두피같이 드넓은 캐나다에 산재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야생나물류들, 철따라 산마늘, 취나물,고사리, 참나물 등 많은 식용식물들이 있지만 막상 채취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려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보다 더 어렵다.

이곳 캐나다의 백인들을 포함하여 타민족들은 이탤리언계 말고는 식용으로 야생식물채취를 거의 하지 않는것 같다. 한인들 특히 중년이상의 여성분들은 관광을 다니면서도 틈만나면 두눈을 반짝이며 풀섶에서 식용나물들을 용캐도 잘 찾아낸다. 그러나 이민온지 얼마 안되는 동포들은 누군가 먼저 이민 온 선배 경험자의 귀띔이 있어야 나물캐는 곳을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아는 모 한식당의 여주인은 이민온지가 20년이 넘는데 달력에 월별로 야생 나물 채취일정표를 그려놓고 철따라 몇가지의 자연나물을 채취해 원가절감도 하고 야생의 싱싱한 나물로 고객 서비스도 하고 있다.

특별히 한 지인댁을 방문하여 맛본 캐나다 야생참나물의 맛은 기가 막혔다. 잡곡밥에 살짝 데친 참나물을 넣은 비빔밥도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고, 또 풋풋한 참나물잎으로 쌈을 싸서 먹던 웰빙식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통적으로 참나물은 항알레르기작용과 설사,이질,지통에 효험이 있는 향기가 그윽한 나물중의 나물로 알려져 왔다.  

특별히 캐나다산 참나물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듯 하다. 오래전 얘기지만 이민전 한국에서 어머님이 손수 무쳐주시던 참나물과 취나물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요즘 맛본 캐나다 야생참나물은 더 연하고 입에서 스르륵 녹는듯 하다. 그동안 기회가 되면 비밀의 장소를 알아내어 나도 한번 참나물을 내손으로 따다 DIY로 가족들의 밥상을 한번 향긋하게 해볼까? 별렀었지만 여건상 쉽지가 않았었다.


참나물은 5월초가 피크라고 꼽고 있었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이민생활속에서 어느덧 깜빡 지나가 버리고 벌써 6월 중순이 되었다. 조금 철늦긴 했지만 오늘 모처럼 시간을 냈다. 드라이브 겸 사상최초로 케니의 "참나물밭 찾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집사람과 함께 하이웨이401을 기분좋게 달려 봤다.

고려자기의 노하우처럼 이곳 동포들간에 어지간해서 가르켜 주지않는 비밀의 장소.... 언젠가 도움을 준 바있는 아줌마 한분을 들쑤셔 간신히 조금 알아낸 토론토근교 야생참나물밭 위치는...

 "하이웨이401 서쪽으로 쭈욱~ 가다가 427으로 쭈욱~ 가다가 농원지나 주차장에 파킹해 놓고... 한참 쭈욱~ 개울따라 한참 올라가다 다리지나 쭈~~ 가다보면 오른쪽 큰나무 밑에 참나물밭이 있다구???."

과연 이 몇마디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믿고 찾아갈 수 있을까?

또 한가지 걸리는 점은 캐나다에선 공유지의 야생식물채취도 불법이라서 (사유지의 경우 주인의 양해를 구하면 되지만) 적발되면 모두 적지않은 벌금을 물 각오를 해야 한다.

 
며칠전 밴쿠버에서 한인들이 고사리 따다가 걸려 벌금을 물었고 미국 에서는 지난번 전복을 규정이상 따다가 한인들이 8만불의 거금을 물고 평생 낚시금지조치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입에 살살 녹는 싱싱한 참나물의 맛을 회상하며 또 집사람의 거듭되는 채근에 못견뎌 오늘 이 거대(?) 결단, 즉 일단 보물 찾기처럼 오늘 오후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여 토론토 인근 참나물 찾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광활한 캐나다, 토론토 서쪽의 한지방도시가 운영하는 넓디넓은 자연 공원근처에서 솔직히 참나물 찾기란 쉽지 않은일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었다. "실패하면 어때? 드라이브 한셈치면 돼지..." 집사람도 신이나서 부추기고^^

 

쭈욱 가서 ..지나서 또 쭈욱 가면... 이라는 식의 뜬구름잡는 얘기만 듣고서...

Photo by Kenny                     파킹장까지는 쉬웠는데...


그러나 내가 누군가! 길 찾는데는 한.캐 양국에서 전문가로 공인받은 바 있잖은가? 하이웨이 401west로 가다 427을 거쳐 드라이브하며 그 조그만 파킹장까지는 길찾기 도사인 필자에겐 비교적 쉬웠다.

 

 Photo by Kenny                     아니 공원에 코요테가 출몰하니 조심하라구!.

 

그러나 차에서 내려 드넓은 아파트가 보이는 공원 옆길을 따라~ 주욱~ 한참~ 걸어가면서 생각치 않던 코요테 출몰경고판에 놀라며….몇군데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Photo by Kenny                    공원길옆 야생화

 

대신 길옆 야생화 사진이나 찍으면서.. 안되겠다 역시 힘들구나, 그냥 막막해서 포기하려는 순간, 얘기들었던대로 오른편에 큰나무를 발견!  다가가 보니 바로 참나물 같았다.

옆지기님, 이거 맞아?”  ! 맞다, 이거야!!!”

드뎌 큰나무들밑에 모습을 드러낸 참나물 !!!

 

 Photo by Kenny                    드뎌 발견한 참나물밭



심봤다!!!

 

Photo by Kenny                     하얀 새똥쌈으로 맛보려면 깨끗히 씻어야겠네



자연산 무공해잎사귀에 떨어진 하얀새똥들을 보라!

다행히 주위에 인적이 없었다. 철이 조금 늦어 비교적 어린 새순으로 골라 몇잎 따려니 시유지라서 솔직이 양심 에 걸리기는 했으나 이정도야 괜찮겠지 하고 큰 맘 먹고 한봉지를 땄다. 내무부장관님은 "애게? 고것만큼만?" "누구 코에 붙이게??" 그러나 캐나다 법규 운운하며 협박성멘트를 날리고서야 사태는 진정되었다. 만일 단속에 걸리더라도 선처를 읍소할 수 있을정도로 쬐끔이라 자위하며 쬐끄만 비닐백 한봉지만 따서 별탈없이 파킹장으로... 그리고선 차안에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집에와선 의기양양하게 데쳐 먹었다. “~~ ~ 이맛이야” 덕분에 저녁엔 다이어트 중인데도 밥을 두 공기나 뚝딱 무공해건강식으로 즐겼다. 이렇게 맛있는 참나물이 알러지에도 효험이 있다니 금상첨화 아닌가?

 

Photo by Kenny                     가까이 본 캐나다 야생참나물잎

잊지말고 내년5월에는 연한잎을 제철에 따다 꼬옥 시식해 봐야겠다.

토론토서 1시간 거리의 시골에서 편의점운영하는 친구네도 넓은뜰에 나물들이 널려있다는데 이참에 잊지말고 같이 껴 달라고 미리 연락해 두어야지... 문제는 막상 그때가 되면 서로 분주한 이민생활속에 또 잊어버릴것이 눈에 보이는고로...


오늘따라 참나물과 고사리가 자생하는 텃밭딸린 시골집에 살면서 철따라 친구들과 모여 나물캐고 소찬을 함께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싶다.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중년임을 숨길 수 없는 나이여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