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데스-고무오리인형속에 들어 있는 무서운 독성 화학물질’을 읽고...
일곱 가지 생활 속 화학물질에 숨겨진 비밀
양경춘(Kenny Yang)
주위에 평소 건강하던 분들이 갑자기 원인 모를 암으로 진단받고 투병 중이거나 심지어는 아직 한창 나이인데도 질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분들이 늘었다.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보면 자연스레 단연 건강이 제일 가는 화두가 됨을 본다. 언제 부턴가 일상생활과 발암요인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 나름대로 탐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음식과 스트레스가 주 요인이라는 일반론이야 모를 리 없지만 ...
연말에 급히 시내‘인디고’서점 두 곳을 뒤져 간신히 한 권을 구했다. 신정연휴에 가족여행 대신 마침 캐나다의 두 저자가 집필한 “슬로우 데스(Slow Death)”라는 책을 사서 읽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이틀에 걸쳐 영문판 300여 페이지를 천천히 읽으며 무릎을 쳤다. 이 책 속에서 그 동안 궁금했던 현대병들의 발병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를 얻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캐나다에서 발행된 이 책이 최근 한국의 동아일보사에서 번역 출판될 정도로 이미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알 것 같다.
공동저자인 캐나다의 환경운동가 릭 스미스와 브루스 루리에는 각종 화학물질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스스로 모르모트가 되어 자기 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 “슬로우 데스”의 두 저자들은 나흘간 우리가 매일 먹고 사용하는 제품 중, 화학성분이 포함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의심되는 것을 선정해 직접 섭취하거나 사용했다. 그 결과 얻게 된 실험 전후의 오염물질 체내 농도의 변화를 측정해 이 책에 실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우리 생활 속에 파고 든 대표적인 일곱 가지 화학물질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우리 몸은 서서히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오염되어간다. 우리는 그 과정을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특정 손상을 그토록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탓으로 돌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슬로우 데스”가 출판되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캐나다 세계 곳곳에서 의사와 아이 엄마, 각 지역의 사회운동가들이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정치인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온타리오에서 세계최초로 유아용 완구에 ‘비스페놀A’가 함유된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나와 나의 가정을 어떻게 독성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어떻게 하면 해독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만일 당신 몸속의 독성물질의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집 구석구석에 어떤 위험이 숨어 있는지 알려준다.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화학물질이 생식기관 및 뇌와 행동에 미치는 파괴력은, 어쩌면 기후 변화보다도 더욱 절박하게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두 저자들은 프라스틱 장난감의 프탈레이트, 프라이 팬에 코팅된 테플론, 소파와 가구 그리고 의류에 처리된 방염제는 물론 참치캔 속에 들어있는 수은, 치약과 살충제의 항균제, 제초제와 농약의 DDT, 유아용 젖병의 비스페널 A 등 7종의 화학약품에 대해 실증적인 데이터을 제시하며 유해성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독방법까지 제시해 주는 점이 돋보인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제 오염은 우리 주위 구석구석에 너무나 만연하여 마치 양념에 절인 고기처럼, 우리 몸이 오염물질에 푹 절여져 있다. 오염물질은 외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오염물질이 우리 몸으로 스며들어왔고, 일단 들어온 오염물질은 여간해서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아기 젖병, 방향제, 푹신푹신한 소파……. 이런 너무나 친숙하고 겉보기에는 무해한 물건들이 오늘날 환경오염의 원천이다.
나와 나의 가정을 독성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고, 해독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하는 “슬로우 데스”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현대 여성들의 유방암이나 남성들의 전립선암 등 최근 늘고 있는 발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건강과 의료에 대해 비전문가인 필자지만“슬로우 데스”를 읽고 각종 화학약품 성분들에 둘러 쌓여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원인 모를 질병이 늘고 있는 원인이 깨우쳐 지는 듯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인간이 먹고 마시고 직접 접촉하는 제품들은 천연성분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어렵다면 공장에서 제조에 사용하는 화학약품들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철저한 사전 검증과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릭과 브루스 두 공저자의 인간과 환경사랑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고맙고 귀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새삼 우리 세대의 직접적인 건강은 물론 다음 세대에게 전해 줄 자연 환경보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까운 눈앞의 나무만 보느라 불길에 휩싸인 건너편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wildinwind@hanmail.net
'단상, 수필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을 쓸면서...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0) | 2013.11.13 |
---|---|
왠 갱냄 스탈?? (0) | 2012.09.26 |
달리며 생각하며..."포기하지 않는 자세" -손기정과 테리 폭스- (0) | 2011.09.29 |
토론토 근교 '우주농장' 방문기 (0) | 2011.08.30 |
[스크랩] 5주년 블로그 생활기록부 (0) | 2010.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