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유머 love, Houmorous

420년전의 사랑

kenny Yang 2007. 11. 22. 08:56

 

아래 편지글은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의 부인(원이엄마)이 31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마지막 편지(輓詞)로 적어 관속에 함께 넣어

둔 것으로, 1998년 안동시 정하동 택지개발 당시 현 위치에서 약 400m 떨어진 곳

(현진에버빌 104동 서편)에서 발견되었다.


이 편지는 원이엄마가 병환중인 남편(이응태)을 낫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대마)줄기로 신발(미투리)을 삼는 등 정성을 다하였으나, 끝내 어린 아들과 유복자

를 두고 세상을 떠나자 그 안타까운 마음과 사모하는 정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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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자식들 누구에게 의지하여 어찌 살라고  다 던지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하며 당신에게 말했지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가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속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내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해놓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겁니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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