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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케니의 민턴 이야기 6. 제임스 킴과 씨-푸-

kenny Yang 2007. 11. 2. 14:47

 

<케니의민턴이야기>  6. 제임스 김과 씨-푸-



엊그제 미국 오레건 주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방문지에서 돌아오다 운전중 폭설로 갇혀 좁고 험한


길에서 조난당한 제임스 김에게 다시한번 애도를 표


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다행히 가족은 구조됐지만 이 삼십대의 팔팔했던 젊은


생은 차가운 동사체로 구조대에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한인 이민 가정의 2세로서 모범적으로 성장하여 그 나이에


벌써 유명한 오디오 전문 웹 싸이트의 수석 편집장 이었다니…


그 재능도 아깝고 지독한 눈과 한파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주머니에 고이 써서 남긴


가족들의 구조를 요청하는 메모로서 끝까지 가족사랑을


실천했던 그는 이시대 우리들에게 진정한 가장으로서


본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좁은 1차선 산길은 동절기엔 위험해서 지역 정부의


담당부서에서 11월 1일부터 출입구를 자물쇠로 폐쇄


시켜 두었는데 누군가 그 자물쇠를 부수고 열어 놓은채


방치해 두었다고 합니다.


현지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그대로 잠겨


있었더라면 외지인이고 가족을 동반한 제임스 김이 다른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참으로 한 유능한 인재의 생과사 갈림길이 그만 장난질


돌팔매에 애꿎은 선량한 개구리 맞아 죽는 경우인듯


싶어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즐턴하는 토론토 북쪽에 있는 민턴 전용클럽에


“씨~푸~” 라고 불리는 66세의 왕고참선수가 있습니다.


이 분은 거의 하루 건너 나와서 운동하는데 모든 회원


들이 그렇게 부릅니다.


아 물론 본명은 따로 있지요, 미스터 ??? 이라던가...


중국어로 씨푸란 Master, 즉 우리말로 사부라는


뜻이지요.


이분이 50년 넘게 민턴을 해왔고 클럽에서 가장 연장자


이며 실제로 실력도 20대 A조 친구들과 같이 게임해도


지지 않으니 대단합니다.


전 홍콩 국가대표로 70년대에는 세계대회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 선수들 이름과 근황을 줄줄이 꿰고 있고 특히


김동문선수를 좋아 하더군요.


씨푸 씨는 클럽내에서 A조나 C조를 가리지 않고 아는


멤버나 초면에도 누구에게나 코멘트 하기를 즐겨 합니다.


중국계친구들에게는 중국어로 캐내디언들에게는 영어로...


주로 기술적인 내용이지만 자기가 클럽내에서 최고라며


은연중 실력을 자랑스럽게 얘기 하기도 하고 묻지 않은


자기의 비법(?)을 알려 주는 과도한 친절을 매일 베풀고


있어 첨엔 넘 친절한 분이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죠.


우리같은 C조야 노련한 민턴 선배인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새롭게 여기고 그의 비판을 감수하고 들어


주곤 하는데 일부 자존심 강한 몇몇 A조나 젊은 학생 선수


들은 반복되는 그의 비판섞인 코멘트에 반발하고 심지어는


클럽을 떠나는 회원도 있었지요.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나서 요즘은 씨푸 씨도 말을 좀


아끼는듯 보입니다만…



저도 초보분이 클럽에 오면, 특히 같이 파트너로 게임


해야 할 경우 게임 흐름상, 또 로테이션에 서로 익숙지


않아 안전문제로 게임중 피치 못하게 말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만,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서 더욱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막상 실제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파트너에게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그러나


반대로 파트너에게서 내가 게임 중에 듣는 얘기는


파트너가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경우라도 순간적으로는


기분이 좋을리 없지요. 물론 나중에 되새겨 보면 배울점도


많지만요. 내 입에 쓴게 약이 된다고 자위하며 더욱 실력


연마에 마음을 다잡아 보는쪽으로 전환해서 마음을 다스리니


한결 나아지더군요.



그러나...



자기만을 위하여 잠깐 괜찮겠지? 하고 폐쇄된 도로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한사람의 단순한 잘못된 행동


하나가 아까운 젊은 인재 제임스 김을 사망케하였고 ....


내가 저 회원을 도와줘야지 하는 선의의 마음으로 매일


매일 봉사(?) 하는 씨푸 씨처럼 좋은일 하다가 남에게


상처주고 클럽을 떠나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내가 가볍게 한가로이 던져보는 조크...조그만 돌팔매


하나에도 상처입고 죽을 수있는 개구리의 연약한 모습들도


있다고 생각하며 민턴 체육관에 들어서는 오늘도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되는 12월,영하의 추운 겨울입니다.



역지사지로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도 해보는 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그런 훈훈한 민턴의 계절들이


되시고 우리 민턴 형제자매끼리 서로 돌아보아 주는 끈끈한


스포츠인의 정과 사랑의 관계들로 잘 가꾸어 나가시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