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쯤 앞집 뒤안 울타리 가까이 앵두나무가 무성했다. 주인 몰래 살금살금 가서 살펴보면
어휴~ 빨간 앵두가 그림처럼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벌건 대낮에 남의 앵두를 몰래 따 먹을 수는 없고... 이를 어쩐다?...
난 그날 밤 혼자 몰래 그 앵두가 있는집 울타리 가까이 서 있었다.
시골 울타리는 높지 않다. 흑벽돌 쌓아 올리고 짚으로 역은 이엉(용마루)을 엊어 놓은 담이다.
껑충 뛰어 가슴께로 걸치고 달빛에 앵두나무를 살펴보니.. 이런...앵두가 하나도 없네...
어..? 내가 안보는 사이 앵두를 다 땄나?...
난 아쉬운 마음에 침만 꿀꺽 삼키고 되돌아 왔다.
이튿날.. 다시 살금살금 그집 앵두나무 가까이에 다다가 살펴보니..어라?.. 어제밤에 하나도 안보이던
앵두가 빨갛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흐미...뭔 조화인가?...
다시 그날 밤... 마음을 다잡아(?) 먹고 살금살금 그집 담장 앵두나무 곁에 나는 서 있었다.
껑충 뛰어 가슴께로 담을 걸치고 고개를 쑥 내밀어 앵두나무를 살피는데... 허걱ㅋㅋㅋ 어제처럼 앵두가 없다.
난 속으로 깜짝 놀라며 되돌아 갈까? 하다가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니 앵두가 달려 있긴 한데 익은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히멀건 앵두만 보였다.
손을 쑥 내밀어 그중 굵은것을 하나 따서 먹어 보니 달짝찌근한것이 분명 익은 앵두였다.
하나 하나 따서 그 맛을 느끼며 먹는데.. 가슴께가 절여오고 또 주인이 어디선가 나타나 '이놈' 할것 같은 불안감..
이번에는 손을 죽~ 흩어 아파리는 버리고 작은것은 버리고 제법 큰 것들만 입안가특 털어넣고 씨 골라 내는것도 잊고
그냥 와그작 와그작 씹어 삽켰다. 그래도 앵두는 맛만 좋았다.
과일중 예쁜것을 꼽으라면 난 당연 앵두를 꼽는다. 빨간 사과보다 빨간 딸기보다 난 앵두가 예쁘다.
조금 자란 후 어느 이사간 빈집 뒤안에서 앵두나무를 캐다가 우리집 뒤안에 심었는데...
그 앵두는 몰래 따먹던 그 앵두맛이 아니었다.
여러분들 앵두철이 지나고 있습니다.
먹어 볼 여건이 안되는 분들은 위 사진속의 앵두 감상만 하세요...ㅎㅎㅎㅎ
사진, 글: 불랙 울프님의 후배 엄성철 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