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인 7% 당뇨환자
과체중·복부비만 '원흉'

캘거리의 버지니아 리는 후천성인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ics)'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병은 그녀의 중남미계 혈통(어머니와 할아버지가 당뇨병 환자)에 이어져 오고 있다. 남편이 1983년 이 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녀는 남편을 모든 교육 강습회에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버지니아가 50세가 되던 1986년 이 병이 그녀에게 찾아왔을 때에도 준비가 잘 돼있었던 것이다.
늘 깊은 잠을 자던 버지니아는 소변을 보기 위해 밤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억제할 수 없는 갈증이 오고, 그 후에는 식사를 잘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상스럽게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버지니아는 이러한 것들이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고, 발이 따끔따끔 아프고, 질병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당뇨병의 증상임이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당뇨병은 혈당치를 높게 만드는 질병이다(몸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포도당이다).
버지니아와 같은 증상을 토로하는 하는 사람들이 아주 흔해지고 있다. 20세 이상 캐나다인의 약 7%가 현재 당뇨병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약 90%가 제2유형 당뇨병이다. 65세에 이르면 10%에서 20%가 제2유형 당뇨병을 지니게 될 것이다. 당뇨병 발병은 음식 과다섭취 및 운동부족과 연관되어있으며 대개는 막을 수 있다(선천성 당뇨병인 제1유형(type 1)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현재까지는 예방할 방법이 없다).
현재 당뇨병에 걸린 국내인의 33%가 자신들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증상을 못 느낀다. 버지니아도 여러 해 동안 높은 혈당을 감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는 이미 대체로 5년에서 10년간 당뇨상태를 지녀온 뒤다. 온타리오주 에이잭스의 당뇨병 전문의 이언 블루머(Ian Blumer)씨는 "당뇨병은 알아차릴 수 없게 찾아오기 때문에 심지어 느낌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25년이면 지구상의 약 3억 인구가 제2유형 당뇨병에 걸릴 전망이다. 블루머씨는 "당뇨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의료시스템이 이와 관련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의 경우 보건당국이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1년에 쏟아 붓는 비용은 13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환자 자신들이 당뇨병으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도 1인당 연간 1천 달러에서 1만5천 달러에 달한다.
인슐린 저항성
선천성인 제1형 당뇨병에서는 췌장이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데 비해 제2형 당뇨병에서는 췌장에서 생산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같은 기능부전을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고 부른다. 장애물 때문에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면 각 세포 속에 에너지원인 포도당(glucose)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혈중에 지방산이 증가되면 포도당 대신 지방을 받아들이게 되어 포도당 유입이 방해받게 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당뇨병 전증(前症)
인슐린 저항성은 손상된 포도당 불내증(intolerance), 즉 식사 후 혈액 속에 당도(糖度)가 정상보다 높으나 확실한 당뇨병으로 진단될 정도는 아닌 상태로 이어진다. 손상된 포도당 불내증과 손상된 공복혈당(fasting glucose: 혈당이 식사전에도 정상보다 높은 상태)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상태가 당뇨병 전증(pre-diabetics)을 구성한다. 이는 완전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고혈당은 왜 나쁠까. 상승한 혈당은 많은 신체조직에 피해를 끼친다. 작은 혈관과 큰 혈관, 그리고 신체기관들을 손상시켜 마침내 신경·눈·신장·발을 파괴한다. 당뇨병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상처가 아무는 것이 늦어지게 돼 절단해야 하는 경우에 이르게 된다. 신장과 시각, 성기능 장애도 찾아온다. 그러나 공격적인 치료를 통해 혈당을 강력하게 제어하면 이러한 증상의 70%는 막을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의 80% 내지 90%는 과체중이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높게 마련이다.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의 위험요소이다. 심장질환자의 약 80%는 심장마비 혹은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조기대처
몬트리얼의 유대인 종합병원의 내분비학 전문의 티나 캐더(Tina Kader)시는 "당뇨병 전증이 있으면 완전 당뇨병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생활습관을 바꾸고 필요하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제2형 당뇨병을 피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약 복용 혹은 그 어느 것보다도 당뇨병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생활습관요법"이라고 블루머 전문의는 말한다. 생활습관요법은 건강한 식생활,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이뤄진다.
체중감량
비만이란 섭취한 열량 중에서 소모되고 남은 부분이 체내에 과잉 축적되는 현상이다. 지방축적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지방은 내장지방이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장형 비만은 태아나 성장기에 정상 또는 저체중이다가 성인이 되어 체중이 늘 때, 팔과 다리는 가냘프면서도 뱃속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몸무게를 줄이면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이 줄어든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필요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해서는 안된다. 초콜렛과 청량음료를 멀리하는 등 설탕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술을 제한해야 한다. 술은 몸 안의 필요 없는 칼로리를 늘려 궁극적으로 체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귀리겨(oat bran), 오크라(okra), 콩과식물(legume) 등에 있는 용해되는 섬유질은 포도당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며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을 피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혈압과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블루머 전문의는 거의 매일 최소한 20분에서 30분간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1시간을 주장한다. 운동은 에너지를 위해 포도당을 소진시키며 그 후 18시간동안 인슐린에 보다 민감하게 만듦으로써 보다 적정한 체중을 유도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심장박동을 높이는 운동, 즉 자전거, 하이킹, 걷기, 수영 등이다.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 하루 30분간 적절한 운동을 하고 체중을 5%에서 7% 줄이면 위험을 58% 낮출 수 있다는 연구자료가 핀란드에서 발표됐다.
기타요소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요소 중 하나이기도 한 흡연을 중단하는 것은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을 갖고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조기사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블루머 전문의는 말한다. 새로운 연구조사에 따르면 흡연은 포도당 저항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부족(수면과다도 마찬가지)도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기검진
초기단계에서 당뇨병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검진 권장사항을 보면 나이 40이 되면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해도 공복혈당검사를 3년마다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요소(표 2)가 있으면 더 빨리, 자주 받아야 한다.
혈당검사 결과 수치가 약간 높게 나오고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경우에는 혈당저항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검사는 포도당시럽을 75그램 마신 후 2시간 후에 혈당을 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