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수필 Essay

달리며 생각하며..."포기하지 않는 자세" -손기정과 테리 폭스-

kenny Yang 2011. 9. 29. 14:50

<편집인 칼럼>

달리며 생각하며..."포기하지 않는 자세"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에 선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

 

 

 테리 폭스


편집인 양경춘(Kenny Yang)

wildinwind@hanmail.net

 

저녁식사 후 애완견 코코와 함께 1시간여 뛰고 들어와 컴퓨터를 켜니 한국에 있는 친구 K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와 있다.오늘이 무슨날인지 아느냐며....

 

이번 주 화요일(8월9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고 손기정 선생이 마라톤을 제패했던 날이자, 그 56년 뒤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다시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날이 모두 8월 9일이다. ‘한국 마라톤의 날’인 셈이다.

K는 우리가 이미 한두번은 접해봤던 2001년 독일인 슈테판 뮐러 씨가 기고해서 화제를 일으켰던 감동의 글을 내게 다시 첨부했다.

 

"---1936년 히틀러 정권시절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그 당시에 마라톤경기에서 두 명의 일본인이 1등과 3등을, 그리고 2등은 영국인이 차지한다. 하지만 시상대에 오른 두 일본인의 그 표정이라는 것이…그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슬픈 표정이다…정말 아리송한 사진이다…왜 그 두 사람은 그런 슬픈 표정을 지으며 시상대에 올라 있는 것일까?----"

 

"---마침내 이 민족은 해방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강요된 끔찍한 전쟁을 치른 후 이 민족은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적으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보다 훨씬 더 부유한 국가를 만들어낸다. 그 후 이 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52년이 지난 후에… 가슴에 태극기조차도 달 수 없었던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이 올림픽을 개최한다. 그리고 개회식에서 성화주자로 경기장에 들어선 조그마한 소녀의 손에서 성화를 넘겨받은 사람이 바로, 그 당시(1936년) 몹시도 슬프고 부끄러워했던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씨였다. 손에 성화를 든 백발이 성성한 이 슬픈 마라토너는 마치 세 살배기 아이처럼 기뻐하며 달렸다! 감독의 지시는 없었지만 이 이야기는 이처럼 기쁘기 그지없는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자신들이 50여 년 전에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되찾는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고 4년 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노인 ‘손(기정)’과 비슷한 체구를 지닌 ‘황(영조)’라는 한 젊은 마라토너가 몬주익 언덕에서 일본과 독일선수를 따돌리고 월계관을 차지한다. 경기장에서 한국국기가 게양되었을 때, ‘황’은 한국국기에 경의를 표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 다음 그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손’에게 메달을 선물하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황'을 껴안은 ‘손’은 아무 말이 없었다.---"

 

슈테판 밀러씨는 이 글에서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한 번 가 보시라! 그리고 시상대에 선 두 마라토너의 사진을 보라. 그 순간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읽어봐도 감동을 주는 글이다.

 

마라톤 하면 캐나다에도 영웅이 있다.
한 청년의 오른발은 의족이였고,매일 약 42km를 143일 동안 달렸다.
그가 달린 거리는 3,339 마일(5,373km)였으며 그가 달린 '희망의 마라톤'은 국민들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위대한 여정이 되었다. 국민 1인당 1달러씩 암 연구기금으로 모으겠다는 불가능할것 같던 그의 꿈은 전체 모금액이 2,417만 달러를 돌파하며 이루어졌다.

 

다음달엔 '테리 폭스 마라톤(Terry Fox Run)'이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개최된다. 우승자도 없는 마라톤으로 캐나다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열리는 행사이다.

 

스물두해 밖에 살지는 못했지만 테리의 짧은 생애는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와 같다.

비록 그가 '희망의 마라톤'은 완주하지 못했지만, 그의 꿈은 아직도 달려가는 중이 아닐까?

 

현재 한국 마라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19년 전의 영웅 황영조(41) 씨는 “19년 전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대결을 벌이며 막판 몬주익 언덕에 이르렀을 때 ‘여기서 지면 나는 끝장이다. 2등을 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모든 승부에서는 죽을 각오로 임하는 자세,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일 저녁엔 코코와 함께 더 멀리 더 빨리 뛰어보고 싶어진다.

손기정, 황영조 그리고 테리 폭스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며....

 

 

*본 칼럼은 '캐나다한국인' 2011년 8월11일자에 실린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