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근교 '우주농장' 방문기
토론토 근교 '우주농장' 방문기
쫄깃한 고향의 맛 '강원도 찰 옥수수' 대량재배 성공
인삼, 더덕, 불루베리 등도 무공해 재배 공급
사진:찰옥수수 밭에 선 필자
초행길에 시골길이라서 구글에서 농장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핸들을 잡았다.
토론토 도심속을 벗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1시간 반여 달려 해밀턴 남서쪽에 있는 '우주농장'에 도착하자 이승우 대표(56)가 반갑게 맞아준다. 작지만 날새고 용감한 강아지 '쿠키'와 울타리 속 흑염소들도 낯선 방문객을 환영한다고 법석이다.
먼저 한국식품, 갤러리아, H-마트 등 각 한인 식품점에 인기리에 공급중인 '강원도 찰옥수수'밭으로 안내하는 이 대표에게서 구수하고 인정많은 한국의 전형적인 농사꾼의 냄새가 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원예를 전공했으며 제약회사에 잠시 근무하다 전공을 살려 화훼농장, 흑염소 농장 등을 두루 운영했다고 한다.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처음엔 레노베이션 등 건축사업을 했으나 농사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그는 결국 5년전 한 캐내디언으로부터 43에이커(5만 4천여 평)면적의 농장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들의 경우처럼 모든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아 그도 한 때 심각하게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다행히 2년여 전부터 쫄깃한 고향의 맛으로 한인들에게 인기있고 암과 골다공증 등 현대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강원도 찰옥수수'를 대량재배해 인기몰이중이다.
특용작물인 더덕, 인삼등을 최초로 직접재배 납품해 농장경영수지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며 소년처럼 해맑게 활짝 웃는 이승우 대표에게서 행복 바이러스가 묻어나는듯 하다.
농사꾼의 열정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두루 갖춰 사업가로서도 성공할것 같다고 하자, "흙은 심고 가꾼만큼 거두게 해 줍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인내하는 자세로 살아가지요" 라고 말하는 이 대표에게서 프로 농사꾼의 지혜가 엿보인다.
몇명의 일꾼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농장을 경영해 나가는 이 대표에 따르면 올해도 8월과 9월에 찰 옥수수 따기, 9월과 10월에 고구마 캐기, 10월과 11월엔 인삼 특별가 공급 등이 이어진다.
호박, 오이, 고추, 열무 김치, 부추, 참외, 수박, 인삼, 더덕 등 다양한 한국 야채와 작물을 비옥한 온타리오의 토양에서 재배중이다. '
우주농장'에서는 블루베리도 시험재배중이며 토종닭과 흑염소도 키우고 있다.
이 대표 부부는 장성한 2녀 1남을 두었으며 막내이자, 효심이 지극한 대학 2학년생 아들(이병주, 21)이 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농장일을 열심히 돕고 있었다.
농장의 하루해는 짧다.
각종 야채를 직접 재배, 수확해서 한인 주요 식품점들에 납품하랴, 입소문 듣고 직접 찾아오는 손님 맞으랴 일이 산더미다. 흙과 생명을 사랑하는 진정한 농사꾼이 아니라면 바쁜 여름 농사를 감당하기 힘들것이다.
대신 겨울철엔 비닐하우스 위주로 관리하면 되니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취재를 마치고 떠나려 하자, 2년여 전 남편의 농장일에 합류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대표의 부인 김미중(53)씨는 어느새 정갈하고 깔끔한 한정식을 차려 놓고 필자에게 권한다.
모든 재료가 이 농장에서 무공해로 재배한 나물무침들이 너무 맛있어 밥 두그릇을 뚝딱 순식간에 비웠다.
대장금의 음식 솜씨라고 하자, 안주인은 오히려 방문 직전에야 남편이 알려줘 실력발휘가 제대로 안됐다며 겸손해 한다.
이 대표는 건물 한동을 개조하여 부속식당을 만들고 맛있는 토종음식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의 연못을 정비, 원두막, 낚시터, 자연학습장 등을 만들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연계상품을 개발하여 온타리오, 아니 모든 캐나다의 한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식후 시식해 보라며 권하는 찰옥수수 맛을 보니 쫄깃한 맛이 옛날 즐겨 먹던 맛 그대로다. 바로 고향의 맛이다. 이제 '온타리오산 무공해 찰옥수수'라고 불러야 할까?
작별을 고하고 떠나려 하자, 두살박이 '쿠키'가 그 새 친해졌다고 슬픈 표정으로 발목을 물고 늘어진다.
내일이라도 한인식품점에 가서 '강원도 찰옥수수'를 사다 지인들과 함께 고향의 맛을 나눠야겠다.
주말엔 어릴적 시골의 전원생활의 기억이 생생히 재현되는 '우주농장'에 들러 한국 채소와 작물들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것도 이민생활의 활력소가 될것 같다.
캐나다한국인 편집인 양경춘(Kenny Yang), wildinwind@hanmail.net
*본 우주농장방문기는 '캐나다한국인' 목요일(2011년 8월25일)자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