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용 글, Ref.
깊고 향기로운 그늘
kenny Yang
2010. 3. 21. 13:59
깊고 향기로운 그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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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을 가던 한 수도승이 어떤 마을 어귀에 이르러 정자나무 아래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짐을 풀고 있는데 마을 사람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수도승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보석을,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그 보석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 보석이라니요?” “지난 밤에 제가 섬기는 신께서 꿈에 나타나 해거름이 되면 동구 밖으로 나가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수도승 한 명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가 값진 보석을 하나 줄 터인데, 그 보석으로 영원히 부자가 될 것이라고요.” 이야기를 들은 수도승은 보따리를 뒤져 뭔가를 하나 꺼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을 두고 말씀하신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 길을 걷다 오솔길에서 주웠는데, 원한다면 가져도 좋습니다.” 수도승이 전한 물건을 받아든 마을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습니다. 수도승이 건네준 보석은 빛이 번쩍번쩍 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커다란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다이아몬드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온 마을 사람은 밤새 한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보석을 훔쳐갈까 걱정이 되어 그랬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깊은 생각에 빠져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새벽 첫닭 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다이아몬드를 챙겨 들고서 동구 밖 정자나무로 달려가 수도승을 깨웠습니다. 그리고는 다이아몬드를 되돌려 드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다이아몬드보다는 이처럼 귀한 것을 서슴없이 내어줄 수 있는 그 부유한 마음을 제게 주십시오.” 어젯저녁 다이아몬드를 전해 받을 때만 해도 마을 사람은 당연히 자기가 섬기는 신이 꿈에 이야기해준 보물이 바로 그 커다란 다이아몬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결과 그 다이아몬드보다도 더욱 귀한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처럼 귀한 것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망설임 없이 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신이 ‘그 보석으로 영원히 부자가 될 것이다’라 일러준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바로 그런 넉넉한 마음이라는 것을 마침내 그는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무소유’에 대해 말하고 그 삶을 몸소 살아왔던 한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많은 이들이 <무소유>라는 책을 통해 귀한 가르침을 얻었고 그 책을 아껴 소장했지만, 그 분은 그 책마저 소유하지 말라 당부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미망의 어둠을 밝히게 해준 당신의 많은 책들도 더 이상은 발간하지 말라 당부했다 합니다.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안달하는 세상 속으로 무소유의 삶을 살아오신 그 분의 그림자가 참 짙고 향기롭게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