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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과 맛 보셨나요??

kenny Yang 2007. 9. 20. 08:36

누나를 따라 갔다.

들깨잎을 100개씩 따서 지푸라기로 꼭 묵고

한 광주리 다 채우면  한 묵음에 100원을 받는다고 해서 가을 하늘 드높은  산밭으로 갔다.

 

들깨향에 취해  작은손에 꽉찬 이 깻잎이 백개인지 구십개인지 알 수 없고

산속에서 금방이라도 살쾡이가 달려 나올것 같은 무서움을

하늘의 뭉게구름 한번 보고  힐끗힐끗 누나를 바라보며 없버리기도 했다.

 

도토리도 곧 익을텐데  형이 같이 따러 가 줄래나?

오한마를 가져 가야 많이 터는데.. 작은 망치로는 어림도 없는데...

깻잎을 한장한장 따며  어린마음에  가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 하기도 했다.

 

추석을  여러일 앞두고

동네에 사과 장수가 지게를 지고 왔다.

지게에는 맛있게 생긴 사과가 궤짝으로 실려 있었다.

 

이웃 아주머니들이 한궤짝씩 사고 그 집 아이들 도 하나씩 얻어 먹는다.

멀뚱멀뚱 먹는 모습 바라보지만  내게 하나 돌아 올리가 없다.

동생을 시켜 엄마에게 우리도 한 궤짝 사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급기야  나도 같이 합세해서 "엄마~~ 사과 사줘~~ 엉엉..엉"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엄마의 마음이 바뀌었는지.. 부엌에서

손을 툭툭 털고 동네 한 가운데로 오셔서  상처난 사과 한 궤짝을 샀다.

 

집에올라와 사과를 딱 한개씩 받아 먹는다.

엄마는 상처난 사과를 썩은 부분만 잘 도려내 다시 광주리에 담았다.

그러고는 우리가모르는 깊숙한 곳에다 숨겨 버렸다. 추석날 주겠다며...

 

동생과 나는 사방을 찾아 헤매었지만, 몇일동안 온집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추석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사과달라고 조르지만

어머니는 아침먹고 준다며  할 일만 하셨다.

 

엄마는 내게 말하셨다.

"저기 건조실 안에 올라가면 가마니 위에 사과 있으니 가져와라"

나는 후다닥 달려가 어두운 건조실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사과광주리를

찾아 가지고 내려 왔다.

 

봉당에서  동생과 내가 사과 광주리를 들여다 보는 순간.....

그 순간...우리는 엉엉 목놓아 통곡을 했다.

상처났던 사과가 모두 썩어 있었다.

우리는 사과를 먹을 수 없었다.

 

 

 

여러분들 추석이 다가 옵니다.

비 피해가 크지만...

그래도 풍성한 추석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엄성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