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ny Yang 2007. 5. 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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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내가 살던 작은 마을에는 강이 없었다.  
강에 가기 위해선 아래 마을을 지나서  가야 했다.  그 가는 길이 족히 30분은 결렸음직하다

이맘때쯤부터.. 물이 차다고 느끼지 않는때 부터.. 아래마을  강가로 올갱이(다슬기)를 잡으러 다녔다.
동네어른들을 따라 가기도 했고...  좀 커서는 우리끼리 가기도 했다. 많이 잡아봐야... 두되짜리 주전자로 하나 잡으면 많이 잡았다.

물속에서 오랜시간을 있었지만 그래도 목마름은 생겼다.
주전자에 올갱이를 어느정도 채우고,  강물속에서 멱을 싫도록 감고,  시간이 어느정도 되면 강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강에서 아래마을 까지는 10~15분 정도, 아래마을 까지 와서 동네의 어느 샘가에서 시원하게 물을 먹곤 했는데...
그때 그 샘물동치에 사발꽃이 피어 있었다... 꽃그림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물을 먹곤 했는데...
물을  시원하게 들이키면서 바라보곤 하던 사발꽃... 그 당시 그 꽃이 사발꽃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금 이런 아련함을 내게 주리란것도 몰랐다...

살발꽃이 피는 계절엔 더욱더 그시절의 아련함과 함께 사발꽃이 그리워 진다.  다시금 그 강가에서 올뱅이를 잡고 싶고, 그 샘물동치의 꽃그늘 아래서
고개숙여 물 한모금 들이키고 싶다.

어른이 된 어느순간 난 그 사발꽃이 그리워 졌고 사발꽃을 좋아 하게 되었다.
도심에서도 간혹  사발꽃을 보았고 내 어린시절 추억속의 한켠으로 서있던 그 순간들이 피어 올랐다.  난 사발꽃을 좋아 하게 되었다.

사발꽃은 오래간다. 희고 둥그런 꽃이 오래간다.
5월에 피기 시작해 멱감을 때까지 계속 오가며 물을떠먹고 꽃을 바라 보았으니...
아직 사발꽃은 피지 않았다. 사발꽃이 피는 몇군데를 알고 있다. 북한산 입구(구파발)에 가면 여러 군데에서 많은 꽃이 핀다. 그곳을 가 보고 싶다.

추억을 먹고 사나보다.
덥고 추운때는  추억도 없더니  날씨가 따뜻해 지니  아련한 추억들이 마음속에 피어 오른다.
난 오늘도  추억에 묻혀  하루를 시작한다.

 

-글,사진: 엄성철-